젠지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25)은 리그 최하위부터 2위까지 모두 경험했다. 딱 하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누구보다 간절함이 컸다. 그렇게 데뷔 7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한(恨)을 제대로 풀었다. ‘만장일치’ MVP까지 선정되며 겹경사를 맞았다. ‘무관 설움’과 완벽한 작별이다.
젠지는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KSPO돔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T1과 결승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리그 최초 ‘네 시즌 연속 우승(2022년 서머, 2023년 스프링·서머, 2024년 스프링)’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LCK 4연패’ 금자탑 완성 일등공신이 김기인이다. 특히 세트스코어 2-2 동점, 우승을 결정지은 대망의 5세트에서 김기인 크산테가 T1 ‘제우스’ 최우제 자크를 연이어 솔로 킬하며 라인 우위를 점했다. 단단한 탑을 믿고, 미드와 바텀 성장을 도모한 젠지는 라인 운영, 한타 모두 T1을 압도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 김기인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7년 만에 맛본 우승 기쁨과 ‘무관’ 서러움 등 만감이 교차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기인은 LCK 10위부터 우승까지 모두 경험해본 유일한 선수로 기록됐다.
그는 “데뷔 첫 해, 결승까지 금방 올라가서 준우승했지만, 다시 결승 기회가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기회가 오지 않았고, 이번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잡으려고 했다”며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우승하게 됐다. 우승은 처음이 어렵다고 생각해서 이 경기력을 이어서 국제대회 MSI 우승에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10등부터 1등까지 했다고 들었다. 후배 선수들에게 ‘스스로 확신이 있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보답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만장일치’로 결승전 MVP에 선정됐다. 그만큼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김기인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1세트 승리 후 경기가 쉽게 갈 줄 알았다. 풀세트까지 갈줄 몰랐다”며 “T1 ‘제우스’가 정말 잘하는 상대라 너무 힘들었다. 5세트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젠지의 시선은 오는 5월 1일부터 19일까지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로 향한다. 한국 팀이 MSI 우승컵을 들어올린건 2017년 T1(당시 SK텔레콤 T1)이 마지막이다. 6년 동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했다. 젠지 미션은 명확하다. ‘MSI 우승’이다.
선수들 각오도 남다르다. 젠지는 국내 리그 4연패 위업을 달성했지만 국제대회 우승은 없다. 이번에 국제대회 ‘무관’ 한을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쵸비’ 정지훈은 “다가올 MSI에 메타 파악을 잘하고 경기를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다섯 시즌 만에 LCK 우승을 맛본 ‘캐니언’ 김건부는 “2년 반만에 결승 왔는데 우승해서 너무 좋다. MSI 때 메타 파악과 컨디션 관리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정수 감독 역시 “MSI에서 해외 팀 메타를 조기에 파악해 거기에 맞는 연습에 최선을 다해서 꼭 좋은 성적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